자기 이해가 중요한 이유-반복되는 문제의 원인
같은 문제의 반복
“왜 맨날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거지?”
엄마와 또다시 서로 기분이 상한 채로 대화가 끝났다.
분명 처음엔 별거 아닌 대화였는데, 어쩌다 보니 늘 반복되는 싸움으로 흘러가 버린다.
비슷한 패턴의 반복은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이직을 고민할 때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라는 답 없는 질문만 맴돌고, 연애에서도 왜인지 모르게 비슷한 타입에 끌리다가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일이 반복된다. 직장에서도 매번 비슷한 이유로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걸까? 혹시 이런 반복되는 패턴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닐까?
엄마와의 대화 패턴을 곰곰 생각해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매번 기분이 상할 때마다 “엄마가 왜 저런 식으로 말하지?” 또는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순간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
이런 패턴은 직업상담사로 일하던 시절 참여자에게서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 것 때문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왕왕 보았다.
자기 이해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구체적인 문제들
의사결정에서의 혼란과 후회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향을 명확히 알지 못하면 선택의 순간마다 혼란을 겪게 된다. 진로를 정할 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안정적이니까”라는 외부 기준에만 의존하게 되고, 정작 자신에게 맞는지는 고려하지 못한다. 그 결과 선택 후에도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게 된다.
실제로 직업 상담을 하면서 만난 많은 내담자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었다. 자기 적성이나 흥미를 모른 채 남들이 하는 대로 진로를 정한 후, 일터에서 지속적인 불만족과 번아웃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자기 이해가 부족하면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진다. 특정 상황에서 과도하게 불안해지거나 화가 나는데, 그 이유를 모르니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것.
“내가 왜 이러지?”라고 자문하면서도 그 답을 찾지 못해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회의에서 발표할 때마다 극도의 불안을 느끼지만, 그것이 과거 학창 시절 창피했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원인을 모르니 매번 같은 불안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자존감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의 반복적 갈등
자기 이해가 부족하면 자신의 소통 패턴이나 관계에서의 민감점을 알지 못해 비슷한 갈등을 반복하게 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되는지,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를 모르니 상대방에게도 이를 설명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오해와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패턴이 모든 관계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직장 동료, 친구, 가족, 연인 관계에서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지만, 자신의 기여 부분을 인식하지 못해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기 이해의 중요성 - 나를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자기 이해가 있을 때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선택에 확신이 생긴다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을 아는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건 나답지 않아”나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내적 나침반이 있어서, 외부의 압력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직업 상담을 하면서 만난 성공 사례들을 보면, 자기 이해가 확실한 사람들은 진로 변경이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뚜렷한 이유와 확신이 있었다. 그들은 “왜 이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선택 후에도 후회나 의문보다는 적극적인 실행력을 보였다.
효과적인 감정 관리와 스트레스 대처
자기 이해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 패턴과 스트레스 요인을 알고 있어서 미리 대비하거나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예전에 나는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나 또 이러네”라고 이유도 모르고 자책했는데, 이제는 “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업 기획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패턴을 알게 된 후로는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걸 알고 나서, 프로젝트 초반에 “80% 완성도로도 충분하다”라는 기준을 미리 세워두는 식으로 관리 할 수 있었다.
건강한 인간관계와 소통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인간관계였다. 내 소통 패턴과 민감점을 알게 되니, 상대방에게도 이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양해해달라” 거나 “내가 방어적으로 들렸다면 미안하다” 같은 식으로.
엄마와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대화가 틀어지면 “엄마가 이해를 못 해준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왜 이렇게 반응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되고, 같은 주제로 다퉈도 대화를 건설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왜 자기 이해가 이렇게 중요할까?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자기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자기성찰과 자기 인식 활동은 전전두엽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감정 조절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이라, 여기가 발달할수록 충동적 반응보다는 의식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내 경험도 그랬다. 예전에는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면, 자기 이해가 생긴 후로는 “잠깐, 내가 지금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심리학적으로는 메타인지, 즉 ‘내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 능력이 발달하면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과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기는 거다.
자기 이해,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그렇다면 자기 이해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대학 입학 후 학부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지만, 사실 복잡한 이론이나 기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반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 말이다.
내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도 사실 이런 자기 이해의 연장선이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고, 공유하면서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된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구체적인 자기 이해 방법들, 감정과 상황을 연결해서 분석하는 기법, 자신의 패턴을 파악하는 체계적인 접근법 등을 단계별로 다뤄볼 예정이다.
나를 이해하는 것이 결국 나를 자유롭게 한다
돌이켜보면, 자기 이해는 단순히 ‘나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문제의 고리를 끊고, 의식적인 선택을 통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었다.
직업상담사로서, 그리고 스스로 진로와 삶의 방향을 재정립해 온 경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이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의 질은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 자기 이해가 있는 사람은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과 대화하지만, 정작 나 자신과는 얼마나 자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자기 이해는 결국 나와 나 사이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소통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명확하고 확신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